한화오션 VLCC 17척 수주 분석: 고선가·반복 설계가 바꾸는 도크 수익성
2026년 한화오션의 수주 목록을 보면 뚜렷한 변화가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의 고부가가치 선종을 대표했던 것은 LNG운반선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7월 15일 기준 한화오션이 연초 이후 확보한 총 27척 가운데 VLCC가 17척, 약 63%를 차지합니다. LNG운반선 6척, VLAC 3척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한화오션이 LNG선 경쟁에서 밀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조선으로 이동한 것 아닐까?”
현재 확인된 자료를 종합하면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핵심은 선종의 절대 가격보다 어떤 가격에 수주해 어느 슬롯에 배치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반복 건조하느냐입니다.
핵심 요약
한화오션의 VLCC 확대는 LNG선 사업의 후퇴라기보다 이미 확보한 LNG선 슬롯 사이에 선가가 오른 VLCC를 선별적으로 배치하고 반복 선형의 생산 효율을 활용하는 도크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가깝습니다.
다만 2분기 상선 영업이익률 22.7% 전체를 VLCC 효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현재 실적에는 고선가 LNG선, 환율, 자재비 절감과 생산성 개선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목차
- 27척 중 VLCC 17척, 수주 믹스가 달라졌다
- LNG선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
- 중국보다 비싼 1억 3,100만달러를 받은 이유
- 반복 설계가 실제 원가를 낮추는 방식
- 상선 영업이익률 22.7%가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지 않는 것
- 228척의 VLCC 건조 경험이 만드는 프리미엄
- 노후 선박과 환경규제는 VLCC 발주를 얼마나 밀어줄까
- 가장 큰 반론은 2028~2029년 공급 과잉
- 앞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
1. 27척 중 VLCC 17척, 수주 믹스가 달라졌다
2026년 7월 15일 기준 한화오션의 연초 이후 수주는 27척, 46억 1,000만달러 규모입니다.
선종별로는 VLCC 17척, LNG운반선 6척, VLAC 3척이며 나머지 1척은 풍력발전기설치선(WTIV)입니다. 따라서 ‘상선 27척’이 아니라 총 수주 27척 가운데 VLCC가 17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숫자만 보면 분명 VLCC 비중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고부가 LNG선에서 저마진 유조선으로 내려왔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VLCC의 절대 선가가 LNG선보다 낮다는 것과 계약 마진이 낮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사의 수익성은 계약 선가뿐 아니라 원가, 건조 경험, 설계 변경, 기자재 조달, 생산 효율과 도크 활용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
2. LNG선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
한화오션은 2026년 2분기 실적 설명에서 지난해 적극적인 LNG선 수주로 2028년 인도 슬롯이 사실상 소진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현재 2029~2030년 인도 슬롯 대부분을 고객들과 협의하고 있으며 2031년 상반기 슬롯까지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LCC 역시 추가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선가를 기준으로 선별 수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2분기 발표 당시 수주잔고에서도 LNG운반선은 57척으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따라서 VLCC 확대는 “LNG선 주문이 없어 대신 받는 수주”보다는 이미 확보한 LNG선 물량을 생산하면서 시장 가격이 강한 VLCC로 다른 슬롯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해석할 여지가 큽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P-Mix도 바로 이 의미입니다. 특정 선종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도크·설계·구매 조직의 부하를 고려해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 조합을 만드는 것입니다.
3. 중국보다 비싼 1억 3,100만달러를 받은 이유
2026년 상반기 VLCC 발주는 중국 조선소에 압도적으로 집중됐습니다. MSI 자료를 인용한 업계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VLCC 계약의 약 89%가 중국 조선소로 향했습니다.
그럼에도 가격 차이는 뚜렷합니다.
최근 중국 조선소의 일부 VLCC 계약가는 척당 약 1억 2,200만~1억 2,300만달러로 파악됐지만 한화오션의 최근 계약은 약 1억 3,100만달러 수준입니다. 차이는 척당 800만~900만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 약 120억~130억원입니다.
팬오션은 2026년 5월 14일 KRX 공시에서 VLCC 4척에 총 7,834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며 척당 약 1억 3,100만달러라고 명시했습니다.
이후 한화오션도 아시아 선주와 VLCC 4척, 8,001억원 규모의 계약을 공시했습니다. 한화오션 공시에는 상대방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팬오션 물량이라는 연결은 양사 공시의 시점·규모와 업계 보도를 함께 본 판단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7월의 2척 계약 역시 공시상 상대방은 북미 선주로만 공개됐습니다. 업계에서는 JPMorgan Asset Management 관련 선박투자 펀드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를 회사가 공식 발표한 고객명처럼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 이름보다 가격입니다. 중국이 물량 대부분을 가져가는 시장에서도 한화오션이 더 높은 가격의 계약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VLCC가 단순한 저가 도크 채우기 물량만은 아니라는 근거가 됩니다.
4. 반복 설계가 실제 원가를 낮추는 방식
또 하나의 핵심은 반복 선형, 즉 repeat design입니다.
한화오션은 4월 VLCC 2척 수주 당시 이미 건조 경험이 있는 반복 선형을 적용해 설계·자재 조달·생산 효율을 높이고 수익성 개선을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복 건조의 효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존 설계와 생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상세·생산 설계의 수정 부담이 줄어듭니다.
둘째, 선박 사양이 반복되면 강재와 기자재의 종류, 납기, 협력업체 조합이 안정돼 구매 효율을 높이기 쉽습니다.
셋째, 비슷한 블록 제작과 탑재, 배관·전장 작업을 반복하면서 현장의 숙련도와 작업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결국 설계 변경 감소 → 구매 안정화 → 작업 숙련 → 공수·리드타임 안정화가 반복 건조의 핵심 구조입니다.
다만 설계 시행착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선주별 옵션, 기자재 변경, 환율, 후판 가격과 인건비에 따라 실제 원가는 계속 달라질 수 있습니다.
5. 상선 영업이익률 22.7%가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지 않는 것
2026년 2분기 한화오션 상선사업부는 매출 3조 2,397억원, 영업이익 7,35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22.7%로 전년 동기 13.4%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상선 사업의 이익 체력이 개선됐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22.7%를 그대로 “VLCC 반복 건조가 만든 마진”으로 해석하면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넓히게 됩니다.
회사 설명상 수익성에는 2024년 이후 확보한 고선가 LNG운반선 등 고수익 선박의 매출 인식, 환율, 자재비 절감, 생산성 향상, 설계·구매 경쟁력 개선과 선종별 물량·단가 최적화가 함께 작용했습니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해석은 22.7%가 상선 생산체계 전체의 수익성 회복을 보여주고 반복 설계 VLCC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추가 수익성 축이라는 것입니다.
고선가 LNG선이 현재 실적에 반영되고 향후 고선가 VLCC의 반복 건조가 이어진다면 한 선종의 생산 피크 이후 다른 선종이 도크와 생산 조직을 이어받는 포트폴리오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6. 228척의 VLCC 건조 경험이 만드는 프리미엄
한화오션의 가격 프리미엄을 설명할 때 누적 건조 경험도 중요합니다.
조선비즈가 Clarksons Research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가동 VLCC 1,233척 가운데 한화오션이 건조한 선박은 228척으로 단일 조선소 기준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해당 집계대로 계산하면 약 18.5%입니다.
VLCC는 한 척의 가격뿐 아니라 장기간의 연료비, 정비, 가동률과 중고선 가치까지 고려하는 대형 자산입니다. 동일 조선소와 선형의 운항 데이터가 많이 축적될수록 선주 입장에서는 가격 외의 신뢰 요소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1,233척이라는 글로벌 선대 분모는 자료 정의에 주의해야 합니다. S&P Global이 2026년 6월 시장 관계자를 인용한 자료에서는 세계 VLCC 선대를 약 885척으로 추정했습니다.
집계 대상이나 선박 분류 차이 가능성이 있으므로 18.5%를 보편적인 시장점유율로 사용하기보다, Clarksons 자료를 인용한 해당 보도의 집계 기준이라고 한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228척이라는 누적 건조 실적 자체는 한화오션이 VLCC 분야에서 오랜 반복 생산 경험을 가진 조선소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7. 노후 선박과 환경규제는 VLCC 발주를 얼마나 밀어줄까
VLCC 발주 확대에는 선주 측 요인도 있습니다.
IMO의 CII 제도는 5,000GT 이상 선박의 운항 탄소집약도를 매년 A~E로 평가하며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받은 선박에는 개선 계획이 요구됩니다. 속도 최적화 등도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제시됩니다.
다만 CII가 노후 VLCC를 직접 강제 폐선시키는 제도는 아닙니다.
운항 효율이 낮은 선박의 경제성을 떨어뜨려 감속, 개조, 운항 방식 변경 또는 신조선 교체를 검토하게 만드는 압력 중 하나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여기에 2026년 상반기 중동과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혼란이 겹치면서 우회 거리와 물류 차질이 운송 수요를 지지했습니다. 이런 환경은 효율 높은 신형 VLCC와 가까운 인도 슬롯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지정학적 프리미엄은 상황이 안정되면 빠르게 약해질 수 있습니다.
8. 가장 큰 반론은 2028~2029년 공급 과잉
현재 VLCC 시장에는 다음 사이클의 위험도 빠르게 쌓이고 있습니다.
Maritime Strategies International 자료를 인용한 Tanker Operator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에만 VLCC 177척, 5,450만DWT가 발주됐습니다.
이에 따라 VLCC 오더북-선대 비율은 2023년 약 2%에서 2026년 6월 약 35%까지 상승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도 시점입니다. 상반기 계약 VLCC의 약 83%가 2028년과 2029년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조선사에는 이미 계약한 고선가 선박을 수년간 건조할 물량이 확보됐다는 의미지만 선사에는 2028~2029년 신규 선복이 한꺼번에 늘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시점에 중동의 지정학적 혼란이 완화되고 노후선 폐선까지 예상보다 더디다면 공급 증가가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VLCC 발주 붐을 영구적인 초호황으로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한화오션에 더 중요한 것은 VLCC 운임이 계속 높은가보다 이미 높은 가격에 계약한 선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건조해 이익으로 전환하는가입니다.
9. 앞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
한화오션의 VLCC 전략을 평가할 때는 신규 수주 척수보다 몇 가지 변수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신규 VLCC 계약가격입니다. 중국 조선소와 비교한 800만~900만달러 수준의 프리미엄이 유지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둘째, 반복 선형 수주의 연속성입니다. 선주별 새로운 사양이 계속 추가되면 반복 건조 효과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상선사업부 영업이익률과 고선가 프로젝트 비중입니다. 현재 22.7%의 수익성이 환율과 특정 프로젝트 효과를 넘어 어느 수준까지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VLCC 오더북과 실제 폐선 속도입니다. 약 35%의 오더북이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질지 오래된 선박의 퇴출이 이를 얼마나 흡수할지가 2028년 이후 운임에 영향을 줍니다.
다섯째, LNG선의 다음 슬롯 확보입니다. 회사가 협상 중이라고 밝힌 2029~2030년 물량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VLCC 확대를 LNG 경쟁력 후퇴로 해석하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Clarksons Research의 공개 Shipping Intelligence 자료에서 확인되는 종합 신조선가지수는 185.4로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공개 자료만으로는 2026년 하반기 VLCC 신조선가의 세부 추이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워, VLCC 선가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결론: VLCC가 싸냐보다 ‘비싸게 받아 반복해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화오션의 2026년 VLCC 수주 확대를 단순한 LNG선 전략 후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2028년 LNG선 슬롯은 사실상 소진됐고 회사는 2029~2030년 물량을 협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VLCC 시장에서는 중국 조선소가 물량 대부분을 확보하는 가운데 한화오션이 척당 약 1억 3,100만달러 수준의 고가 계약을 확보하고 있으며 반복 선형 생산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사실에 가까운 해석은 ‘LNG에서 VLCC로의 후퇴’보다 ‘고선가 선박과 반복 생산을 활용한 슬롯 믹스 최적화’입니다.
다만 2분기 상선 영업이익률 22.7%가 모두 VLCC에서 나온 것은 아니며 고선가 LNG선과 환율·원가 개선 효과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또한 2028~2029년에는 현재 발주된 VLCC가 대거 인도될 예정입니다.
결국 전략의 성패를 볼 때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높은 계약 선가를 유지할 수 있는가?
반복 건조의 생산성 개선을 실제 원가에 반영할 수 있는가
VLCC 사이클 둔화 전에 다음 LNG·친환경 선박 슬롯으로 믹스를 전환할 수 있는가
이 조건이 이어진다면 VLCC 확대는 단순한 유조선 특수를 넘어 상선 사업의 이익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선가 프리미엄이 사라지거나 반복 건조 효과가 예상보다 작고 2028년 이후 공급 부담이 커진다면 현재의 높은 수익성을 장기화해 보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한화오션의 VLCC 수주를 볼 때는 수주 척수보다 가격·반복성·슬롯·원가를 함께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 사용한 공개 원천자료>
- 연합뉴스, 한화오션 2026년 7월 15일 VLCC 2척 계약 및 연간 수주 현황 보도, 2026년 7월.
- 한화오션, 2026년 2분기 연결 실적 및 사업부별 실적 발표, 2026년 7월.
- 한화오션, 2026년 2분기 실적 설명회 LNG 슬롯 및 VLCC 수주 문의 현황 설명, 2026년 7월.
- 연합뉴스·아시아경제, 한화오션 반복 선형 VLCC 수주 및 반복 건조 효과 관련 보도, 2026년 4월.
- 팬오션, VLCC 4척 신규 시설투자 KRX 공시, 2026년 5월.
- 조선비즈, 한화오션과 중국 조선소의 VLCC 선가 및 누적 건조 이력 비교 보도, 2026년 7월.
- Tanker Operator·Seatrade Maritime, MSI 자료 기반 2026년 VLCC 발주량·오더북 및 2028~2029년 인도 집중 통계, 2026년.
- Clarksons Research, Shipping Intelligence 공개 시장 지표 및 신조선가지수, 2026년.
-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IMO), EEXI·CII 제도 및 선박 탄소집약도 규제 공식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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