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상한가 다음 날 한미사이언스 -18%…HM17321 특허가 가른 기술수출 셈법
2026년 8월 24일 한미약품 주가는 54만원까지 올라 가격제한폭인 29.96%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도 25.70% 오른 5만 6,500원까지 뛰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8월 25일 한미약품은 50만 1,000원으로 7.22% 하락했고, 한미사이언스는 4만 6,300원으로 18.05% 급락했습니다.
두 종목 모두 차익실현을 피하지 못했지만 지주회사의 낙폭이 사업회사보다 두 배 이상 컸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시장이 하루 만에 다시 계산한 것은 단순히 ‘3조원짜리 계약이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그 계약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권리가 누구에게 직접 귀속되는가였습니다.
핵심 요약
- 8월 24일 한미약품은 29.96%, 한미사이언스는 25.70% 상승했지만, 25일에는 각각 7.22%, 18.05% 하락하며 주가 흐름이 크게 갈렸습니다.
- HM17321 계약은 선급금 1억 9,000만달러와 조건부 마일스톤을 포함한 최대 23억 500만달러 규모이며 향후 금액 대부분은 개발·허가·상업화 조건 달성에 달려 있습니다.
-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파이프라인에서는 기술·특허 기여도에 따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가 존재하지만 모든 기술수출에 고정 비율을 적용하는 일반 규칙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 HM17321 관련 공개 특허는 한미약품을 권리자로 기재하고 지방산 결합 구조를 포함하고 있어, 기존 랩스커버리 계열과 경제적 권리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이 이번 가치 귀속 분석의 핵심입니다.
- 아직 임상 1상 단계인 만큼 선급금을 제외한 마일스톤과 향후 로열티의 실제 수취 여부는 향후 개발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목차>
- 3.2조원 계약이라고 당장 3.2조원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 한미사이언스가 모든 기술수출에서 자동으로 몫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 HM17321은 기존 랩스커버리 계열과 특허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 선급금 2,629억원은 어느 회사 돈인가
- ‘30%를 안 떼니 가치가 몇 배 오른다’는 계산도 조심해야 합니다
- 결국 바이오 기술수출에서 봐야 하는 것은 계약 총액보다 ‘특허의 주인’입니다
1. 3.2조원 계약이라고 당장 3.2조원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약품이 제넨텍과 체결한 HM17321 라이선스 계약의 정확한 최대 규모는 23억 500만달러입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시 환산에는 2026년 8월 24일 최초 매매기준율인 달러당 1,383.60원이 사용됐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한미약품과 제넨텍이며,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연구·개발·제조·상업화 독점권을 확보합니다. 한미약품이 임상 1상을 마친 뒤 임상 2상부터 제넨텍이 개발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여기서 투자자가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최대 계약금액’과 ‘확정적으로 가까운 현금’입니다. 3조 1,892억원 대부분은 앞으로 임상 개발, 허가, 상업화 조건을 달성해야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입니다. 현재 가장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는 1억 9,000만달러의 선급금이며, 나머지는 아직 조건부입니다.
2. 한미사이언스가 모든 기술수출에서 자동으로 몫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혼란의 출발점은 한미그룹의 독특한 지식재산권 구조입니다.
한미사이언스는 2010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기존 한미약품 법인이 보유하던 여러 원천기술과 특허를 승계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의약품의 체내 지속시간을 늘리는 LAPSCOVERY(랩스커버리) 플랫폼입니다.
한미사이언스는 2026년 5월 공식 자료에서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기술·특허 기여도에 따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배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약품 사업보고서에도 일부 기술수출 계약과 관련해 한미사이언스에 지식재산 실시계약에 따른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내용이 확인됩니다.
다만 여기서 한 단계 더 주의해야 합니다.
공개된 회사 자료는 ‘모든 기술수출 수익의 30%를 한미사이언스가 자동으로 가져간다’는 일반 규칙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어떤 특허가 사용됐는지, 해당 지식재산 실시계약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따라서 자회사 기술수출 뉴스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지주회사에 일정 비율의 현금이 자동 입금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3. HM17321은 기존 랩스커버리 계열과 특허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HM17321을 자체 개발한 비인크레틴 계열 UCN2 유사체라고 공식적으로 설명합니다.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설계된 장기 지속형 후보물질로, 현재 미국 임상 1상 단계입니다.
특허 자료를 보면 차이가 더 선명합니다.
국제 공개특허 WO2025230248A1은 ‘CRF2 수용체 작용제와 그 아실화 결합체의 용도’를 다루고 있으며 출원인·권리자로 한미약품이 기재돼 있습니다. 특허 내용에는 UCN2 계열 CRF2 작용제와 지방산을 결합한 펩타이드 구조가 포함됩니다. 즉 기존 Fc 기반 LAPSCOVERY 플랫폼과는 별도의 지속형 설계입니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기술 이름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권리의 출발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랩스커버리처럼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원천 특허를 사용하는 파이프라인이라면 지식재산 실시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개 자료를 종합하면 HM17321은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한미약품 명의의 별도 CRF2·지방산 결합 특허군을 구축한 자산입니다.
실제로 8월 25일 시장에서는 HM17321 계약이 한미사이언스와 수익을 나누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지주회사 주가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4. 선급금 2,629억원은 어느 회사 돈인가
계약서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할 항목은 ‘그룹 이름’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입니다.
이번 계약에서 제넨텍에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회사는 한미약품이고 1억 9,000만달러의 선급금과 향후 마일스톤 및 판매 로열티를 수취할 권리를 가진 회사 역시 한미약품입니다. 한미사이언스가 같은 날 공시를 낸 것은 자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지주회사 투자자에게 알리는 공시 성격이지 한미사이언스가 제넨텍 계약의 공동 수취인이 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론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약품의 기업가치 상승이 지주회사 가치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회사 가치 상승에 따른 간접 수혜’와 ‘기술료를 직접 받을 계약상 권리’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8월 24일 시장은 두 효과를 충분히 구분하지 않고 그룹 전체의 대형 호재로 받아들였고 25일에는 직접적인 기술료 귀속 구조를 다시 계산하면서 두 회사 사이의 주가 차이가 확대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입니다. 다만 이날 한미약품 역시 7.22% 하락했기 때문에 한미사이언스 급락 전체를 특허 문제 하나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 발표 전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도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5. ‘30%를 안 떼니 가치가 몇 배 오른다’는 계산도 조심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산술적 함정도 있습니다.
가령 어떤 파이프라인에서 지주사에 30%를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사업회사가 가져가는 경제적 몫은 70%입니다. 그 배분이 사라져 100%를 가져간다고 가정할 때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가치 변화는
100 ÷ 70 = 약 1.43배
입니다.
즉 약 42.9% 증가입니다.
수익배분율 하나가 70%에서 100%로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조정현재가치(rNPV)가 몇 배 또는 10배 가까이 뛰는 계산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큰 변화가 발생했다면 시장 규모, 임상 성공확률, 예상 로열티, 개발기간, 할인율 등 여러 밸류에이션 가정이 동시에 바뀌었는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분석할 때도 핵심은 특정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나 rNPV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미약품에 귀속되는 경제적 몫이 이전 예상보다 커졌는가’와 ‘그 변화폭을 무엇이 만들었는가’를 분리해서 보는 것입니다.
6. 결국 바이오 기술수출에서 봐야 하는 것은 계약 총액보다 ‘특허의 주인’입니다
이번 사례가 주는 교훈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공시를 볼 때는 세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누구인지 봐야 합니다.
둘째, 후보물질에 실제 적용된 원천기술과 특허권자가 누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관계회사 사이에 특허 실시료나 기술료 배분 계약이 존재하는지를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고 ‘자회사가 수조원 계약을 했으니 지주사에도 일정 비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계산하면 실제 가치 귀속과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HM17321은 아직 미국 임상 1상 단계입니다. 선급금을 제외한 21억 1,500만달러의 마일스톤은 임상·허가·상업화 조건을 달성해야 받을 수 있으며 판매 로열티 역시 제품이 실제 출시돼 매출이 발생해야 현실화됩니다. 한미약품 공시도 개발 중단이나 품목허가 실패 등에 따라 향후 수익이 달라질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3조원대 계약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숫자는 단순한 ‘23억 500만달러’ 하나가 아닙니다.
누가 계약했고, 어떤 특허가 사용됐으며, 그 특허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권리를 누가 갖고 있는가.
8월 24일과 25일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보여준 큰 변동성은 바이오 투자에서 이 세 가지 질문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용한 공개 원천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HM17321(LA-UCN2) 기술이전 계약 체결」 투자판단관련주요경영사항 공시, 2026년 8월 24일.
- 한미약품, 「한미약품, 제넨텍과 혁신 비만신약 독점 라이선스 계약 체결」 공식 보도자료, 2026년 8월 24일.
-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랩스커버리’ 등 한미약품 핵심 특허 보유…IP 수익 ‘탄탄’」 공식 보도자료, 2026년 5월 14일.
- Google Patents, 「WO2025230248A1 - CRF2 수용체 작용제와 그 아실화 결합체의 용도」 특허 공개정보, 2025년 11월 6일.
- 조선비즈, 「[특징주] 한미약품 따라 뛰었던 한미사이언스, 하루 만에 17% 급락」 보도, 2026년 8월 25일.
- Investing.com, 「Hanmi Pharm Co Ltd (128940) 과거 가격 데이터」 시세 데이터, 2026년 8월 24~25일 기준.
- Investing.com, 「Hanmi Science (008930) 과거 가격 데이터」 시세 데이터, 2026년 8월 24~25일 기준.
※ 이 글은 기업·산업의 사업구조를 분석하기 위한 정보성 콘텐츠이며 특정 기업의 주식 매수·매도 권유와 투자 행동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